그래도 선택할수 있습니다.

종종 산책을 나가는 오버펙카운티 공원은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의 4개 도시, 즉 레오니아와 티넥, 팰리세이즈파크, 그리고 리지필드파크에 걸쳐 있는 큰 공원입니다. 공원의 동북쪽에 인접한 레오니아 고등학교와 가까운 구역에 테니스 코트가 있는데, 앤드루 김 미모리얼 테니스 코트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공원을 걸을 때마다 앤드루 김이란 이름을 지나치면서, ‘저 분이 누굴까? 한국인인 것 갈은데, 아마도 9/11 희생자인가 보다’ 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면서 지나쳤습니다. 또 공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에 있는 레오니아 공립도서관에도 앤드루 김의 이름이 붙여진 도로가 있습니다. 몇달째 지나치기만 하다가 결국 인터넷으로 앤드루 김 미모리얼 테니스 코트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고 앤드루 김재훈 씨는 레오니아 고등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를 졸업한 후 월드트레이드 센터 북쪽 건물의 93층에 있는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9/11 공격 때문에 34명의 동료 전원과 함께 사망했습니다. 꽃다운 26세 청춘이었던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부친 김평겸 씨는 아들이 살아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뉴욕의 모든 병원을 뒤졌다고 합니다. 아들의 죽음이 확실해진 후 김평겸 씨는 그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아들의 재산과 보상금을 기반으로   ‘앤드루 김 재단’을 세우고 2003년부터 장학사업을 펼쳐 왔습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 때문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데 머무르지 아니하고 오히려 희생당한 아들의 이름으로 후배들을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앤드루 김 재단을 통해 실질적 도움을 받고 인생의 목표를 더 분명히 하고 큰 격려를 받았을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희생이 다른 이들에게 축복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평하지도 않고 주변 사람들이 항상 우리를 정당하게 대우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매순간 무엇을 기억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사악한 테러리스트들을 계속 기억하면서 이를 갈며 치를 떨다가 자신마저 허물어져 버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김평겸 씨처럼 선한 일을 하는 쪽을  택하여 희생당한 아들의 이름이 아름답게 기억되도록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그 안에서 평화와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여전히 우리에게 열려 있습니다. 억울하고 분통 터지십니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습니다. 평화와 행복의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언제든 열립니다 (마태복음 7:8). 고구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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