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살이”

한국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 4관왕을 받으면서 다시 한번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수십개의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갑과 을 사이의 의존 혹은 갈등 관계를 치밀하고도 무수한 상징을 통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이 지구촌 전체의 공감을 얻어낸 것 같습니다.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을 만큼 다양한 디테일로 잘 짜여진 작품이라서 짧은 지면에서 간단히 평할 수는 없고 오늘은 제목인 ‘기생충’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생(寄生)이란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에게서 도움만 받고 도움을 주지 않거나 해를 끼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기생충은 다른 생물에 기생하면서 숙주의 몸에서 영양분만 앗아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생충이 숙주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사례가 밝혀졌습니다. 방광주혈흡충은 방광정맥총에 매일 수백 개의 알을 놓아 수많은 궤양을 발생시키고 그로 인한 염증이 비정상적 세포 증식을 불러오면 방광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간디스토마가 충체 내에 헬리코박터균을 지니고 있어서 두 병원체가 담도암을 유발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기생을 순우리말로 ‘붙어살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포도나무요 우리는 가지로서 주님께 붙어살라고 하셨는데, 기생충의 순 우리말이 ‘붙어살이’라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주님께 붙어살되 기생충과 같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붙어살이를 해야 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생충의 특징은 빨아먹기만 하고 나누질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포도나무의 가지는 수액을 빨아먹기만 하지 안고 받은 영양을 꽃이나 열매에 전달합니다. 나무는 가지가 있어야 꽃를 맺고, 또 그 열매를 만인에게 나눠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된 우리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의의 열매를 나눠주십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거저 받은 것을 거저 나눠 줍시다. 받기만 하고 주질 않으면 기생충이 됩니다. 자신에게만 몰입하고 자신에게만 투자하고 자신의 만족만을 추구할 때 기생충이 됩니다. 풍성한 나눔을 통하여 혐오스러운 기생이 아니라 거룩한 붙어살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함께 나누는 동포 사회, 함께 나누는 지역사회, 함께 나누는 나라와 민족으로 살아갈 때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거룩한 분에게 붙어 사는 거룩한 붙어 살이가  됩시다. 고구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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