찿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01-26-2020

1975년 5월 봄날, 엄마가 장을 보러 간 사이 여섯살 경하는 어떤 아주머니를 따라 가다가 기차에 타고 맙니다. 낯선 역에서 내려 보니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엄마를 부르며 방황하는 경하를 발견한 경찰관이 데려간 곳은 고아원이었습니다. 10개월 후에 경하는 미국으로 입양되어 로렌이라는 이름으로 살았습니다. 지금은 장성한 딸을 둔 엄마가 되었습니다만, 경하는 어린 시절의 집에서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을 그리면서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몸부림쳤습니다. 경하의 양부모는 경하가 입양되기 전에 있었던 고아원을 찾아가 친부모에 대해 문의했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습니다. 경하는 어린 시절에 도화지에 그려놓은 그 그림을 보관하면서 엄마 집을 기억하려고 애썼습니다.

한편 시장에 다녀온 엄마는 경하가 여느 때처럼 근처 할머니 집에 간 것으로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날이 밝아도 돌아오지 않는 딸이 걱정되어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경하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딸을 잃어버린 후 엄마는 매일같이 6개월, 2살 난 경하 동생들을 데리고 발길이 닿는 어디든 아이를 찾으러 다녔습니다. 심지어 경하라고 생각하고 데려와 잘 키워 시집까지 보낸 아이가 친 딸이 아니라는 고백을 하며 엄마는 또다시 자식을 잃는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실망이 컸지만 엄마는 친 딸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의 DNA를 등록해두고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수년이 하릴없이 지났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10월 친 딸을 찾았다는 전화를 받습니다(MBC 실화탐사대 2019. 11. 6일 방영).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가 일치하기 때문에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 있어도, 아무리 오랜 시간 헤어졌어도 검사만 하면 언제든 친자 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들이 서로를 찾기 위해 본인의 DNA 정보를 노출해야 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경하와 엄마는 서로를 찾기 위해서 부단히 애썼습니다. 44년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친엄마를 만난 경하는 서투른 한국말로 이렇게 표현합니다. ‘엄마 아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을 엄마라 착각하고 따라갔다가  길을 잃고 방황하며 평생 고아처럼 살아온 그의 마음에 참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우리도 엉뚱한 곳을 바라보고 따라가다가 평화와 기쁨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만,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아와 주시고 구원해주셨습니다. 하나님, 저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구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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