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여러 번

유대교 전통은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출애굽기 12장)은 종교적 절기와 왕의 통치 기간을 계산하는 기준점으로 니산(1월) 1일을 새해 시작으로 명시하지만, 현대 유대인들은 민간력의 기준인 티슈레이(7월) 1일, 즉 ‘로쉬 하샤나’를 실질적인 새해 첫날로 지킵니다. 게다가 과거 유대 사회에 가축의 십일조를 정하는 신년은 엘룰(6월), 나무의 나이를 계산하는 신년은 세바트(11월)를 기준으로 삼았기에, 어찌 보면  ‘네 개의 새해’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행정적 기준인 1월보다, 삶의 주기와 밀접한 7월의 신년이 더 중추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는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배 사건입니다. 당시 가을(9~10월경)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던 바빌론의 역법 체계를 유대인들이 수용하고 전통적 민간 신년과 결합시킨 것입니다. 특히 유대 전통은 티슈레이월 1일을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날이요, 또한 하나님이 보좌에 앉아 모든 피조물의 한 해 운명을 결정하시는 ‘심판의 날’로 여겼다고 합니다. 포로기의 고난 속에서 유대인들은 단순한 날짜 계산을 넘어 온 세상의 창조와 개인의 회개를 다루는 영적인 시작점으로 여긴 7월을 민족의 큰 명절로 고착시켰습니다.

유대 역사에서 구속의 신년, 창조와 심판의 신년, 자연과 생명의 신년이 달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도전을 줍니다. 사람마다 인생 시간표가 다르고, 그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릅니다. 똑같은 달력을 보고 살지만, 누군가는 옛시간에 머물러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피조물의 시간을 살아갑니다. 바라기는 우리 모두가 달력에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내 삶의 목적에 따라 시간을 다각도로 구분하고 계획하고 활용하는 지혜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에게 허락된 24시간이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에 반응하는 거룩한 발자욱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고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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